겨울이 끝나갈 무렵, 나는 독일 뉘른베르크의 오래된 길을 걸으며 한 작은 공방을 방문한 적이 있다.수백 년을 이어온 가죽 공예점이었다.회색 머리를 가지런히 빗어 넘긴 노(老) 장인은 한 땀 한 땀 손으로 바느질하며, 자신의 기술이 단순한 노동이 아니라 ‘예술’임을 증명하듯 조용히 집중하고 있었다.공방 벽에는 그의 아버지, 그리고 그 이전 세대의 장인들이 만든 작품들이 마치 가보처럼 걸려 있었다.나는 그에게 물었다."지금도 이렇게 수작업으로 만드는 이유가 있나요?"그는 잠시 바늘을 멈추고 내게 미소를 지었다."기계는 완벽하지만, 사람의 손길에는 영혼이 담기지요."그의 말 속에는 독일 장인(Meister)들이 수백 년을 걸쳐 이어온 철학이 담겨 있었다.그러나 나는 동시에 한국의 장인들을 떠올렸다.조선 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