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성이 필요한 '성곽 잇기 사업'
최근 진행되고 있는 '성곽 잇기 사업'의 결과물을 보면, 행정 역량에 대한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이 사업이 단순한 복원을 넘어 원형의 의미를 훼손하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 가치를 보존하는 것이 아닌, 원래의 취지와 맞지 않는 형식적인 재건이 이루어지고 있다.
1. 성곽 잇기의 본질적인 목적은 무엇인가?
성곽을 연결하는 사업이 단순히 물리적인 연결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이는 역사적 의미를 간과한 것이다. 수원 화성은 조선 정조 대에 설계된 성곽으로, 정밀한 구조와 심미성이 결합된 세계문화유산이다. 하지만 현재 진행 중인 성곽 잇기 사업은 이러한 본질을 고려하지 않고, 형식적인 연결에 집중하고 있다.
2. 수원 화성의 일원(一元)으로서 동질성을 유지하고 있는가?
수원 화성은 1996년 '화서문 성곽 잇기'를 시작으로 여러 구간에서 복원 작업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각 구간의 시공 시기가 다르고, 업체가 제각각이라 설계(축조, 디자인)가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원형과는 거리가 먼 형태로 왜곡된 모습이 되고 말았다.
3. 기능적으로 원형의 의미와 부합하는가?
복원의 핵심은 원래의 기능과 의미를 유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성곽 복원 구간은 현대적인 교각이나 구조물을 추가하여 원래의 형태를 훼손하고 있다. 특히 팔달문 성곽 잇기 사업에서는 기존 시장과 충돌하면서도 원형을 반영하지 않은 재건이 이루어지고 있다. 단순히 성곽을 연결하는 것에만 집중한 결과, 정작 문화재적 가치는 희석되었다.
4. 대한민국 행정의 역사적 안목과 개선 방향
세계문화유산을 보존하는 것은 단순한 건축 작업이 아니다. 정조가 설계한 화성은 단순한 방어 시설이 아니라, 군사적, 문화적, 심미적 가치를 모두 갖춘 건축물이었다. 그러나 현재의 성곽 잇기 사업은 이러한 복합적인 가치를 고려하지 않고 단편적인 연결 작업에 그치고 있다.
역사적 복원의 핵심은 단순한 물리적 재건이 아니라, 원형의 의미를 존중하는 것이다. 수원 화성 복원 사업이 단순한 시공 프로젝트가 아닌, 역사적, 미학적, 문화적 가치까지 고려한 종합적인 사업으로 진행되기를 바란다.